아기의 수면은 단순히 밤에 잠드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생후 초기에는 수면 패턴이 미성숙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러운 리듬이 형성된다. 그러나 일정 시기마다 갑작스러운 수면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이를 수면 퇴행기라고 부른다. 부모 입장에서는 밤마다 자주 깨는 아기를 보며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발달 과정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수면 퇴행 시기
수면 퇴행은 특정 발달 시점에 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시기는 다음과 같다.
- 4개월: 생후 처음 겪는 수면 퇴행 시기로, 수면 구조가 성인과 유사하게 바뀌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 8~9개월: 분리불안이 시작되고, 새로운 움직임(배밀이, 기기 등)으로 인해 낮의 자극이 증가하는 시기이다.
- 12개월 전후: 수면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낮잠 횟수도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난다.
- 18개월, 24개월: 언어 폭발기와 자율성 발달로 인해 심리적 흥분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이 외에도 개별 발달 속도나 환경 변화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수면 퇴행이 발생할 수 있다.
수면 퇴행의 원인
수면 퇴행은 단순히 ‘수면 문제’가 아니라 성장과 발달의 신호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주요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신경 발달의 급진적 변화: 수면 주기의 변화, 렘수면 증가, 얕은 수면의 반복 등
- 운동 능력의 향상: 배밀이, 기기, 걷기 등 새로운 동작을 배운 후 그 자극이 수면 중에 지속된다
- 인지 발달: 낮 동안의 인지가 높아지며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성이 커진다
- 분리불안: 보호자와 떨어지는 불안을 밤에 표출하기도 한다
- 환경 변화: 보육 시작, 수면 장소 변경, 여행 등 물리적 변화가 원인이 된다
퇴행기의 주요 특징
수면 퇴행기는 아래와 같은 양상으로 나타난다.
- 밤에 자주 깬다: 통잠을 자던 아기도 다시 2~3시간마다 깨는 경우가 있다
- 낮잠 패턴이 불안정하다: 낮잠 시간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늘어나기도 한다
- 수면 전 울음이 심해진다: 잠자기 전 극심한 칭얼거림이나 저항이 증가한다
- 수면 후 금방 깬다: 재우자마자 20~40분 내에 다시 깨는 경우 생긴다
- 일관되던 루틴이 무력화된다: 기존의 재우기 방식이 효과가 없어진다
글쓴이의 경우, 4개월 수면 퇴행 시기쯤 쌍둥이 중 한 명은 잠자기 전마다 울며 안겨야 했고, 다른 아이는 하루 두 번의 낮잠이 갑자기 한 번으로 바뀌었다. 환경 변화 없이도 이러한 변화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수면 퇴행은 얼마나 지속되나
대부분의 수면 퇴행은 2주 내외에 안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최대 4주까지 지속되기도 하며, 다음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
- 아기의 기질: 감각이 예민하거나, 분리불안이 큰 아이는 회복 기간이 길다
- 수면 환경: 조도가 높거나 소음이 많으면 회복이 늦어진다
- 루틴의 일관성 여부: 기존 수면 습관이 무너졌을 경우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퇴행을 극복해야 할 문제로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발달 과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가 할 수 있는 대응법
수면 퇴행은 피할 수 없지만, 아이가 지나치게 힘들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 부모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 기존 루틴 유지: 낮잠, 목욕, 책 읽기 등 잠자기 전 일과를 유지해야 안정감을 준다
- 수면 환경 점검: 방 조도, 온도, 소음 등을 다시 확인하고 가능한 한 자극을 줄여준다
- 과도한 자극 피하기: 낮에 너무 많은 활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 울음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퇴행기 울음은 단순한 표현이므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
- 수유와 수면 연결 끊기: 먹다 잠드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도록 분리된 루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일관된 반응이다. 퇴행이 지나갈 때까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 회복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마무리
수면 퇴행은 아기의 성장이 멈췄다는 뜻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단계이다. 시기마다 반복되지만, 매번 아이는 조금 더 성장해 있다. 부모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주면 아기는 다시 스스로의 리듬을 되찾는다. 흔들리는 수면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